너도 같은 당(黨) 사람이 아니냐
이시준 장로
인간관계에서 ‘신뢰’는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지속시켜주는 핵심 가치이다. 구이경지(久而敬之)", 오랜 시간이 지나도 신뢰와 공경심을 유지함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살아가면서 친구의 사귐이 도움도 되고, 잘못 사귐이 나쁜 길로 갈 수도, 같은 분류로 인정받기에 친구 사귐은 매우 중요하다.
후배의 초청을 받았다. 식사를 끝내고 떠나려는 순간 후배의 지인이 방문했다. 서로 소개하는 도중 옛날 대전 공부 모임에서 몇 차례 만난 잘못된 동년배의 이름이 튀어나오고 동시에 내 이름도 나왔다. 옆에 있던 후배가 그분이 바로 이분이라고 소개한다. 지인은 잘못된 친구와 나와 식사도 함께한 적이 있다고 했다. 나도 그 사람을 40대 시절에 한두 번 만난 적이 있으나 연락이 끊어 진지는 기억도 없다. 그는 주변 사람들을 어렵게 하고 나쁜 풍문도 돌았다.
집에 도착했는데 후배가 전화 왔다. 아까 만난 지인이 ‘사기꾼과 알고 어울려 지내는 걸 보면 같은 분류의 사람이 아니냐’고 했다는 사실과 후배는 ‘선배님은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소식을 전한다. 그리고 그 사람을 부인하지 않고,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은 잘한 일이라고 했다. 새벽까지 괴로웠다.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는 말에 뒤통수를 크게 한 방 맞은 기분이다. 맞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말라’.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갑자기 큰소리치던 제자 베드로의 고백이 머릿속을 짙은 안개로 덮어지는 기분이다.
베드로는 스승 예수가 체포되자 멀찍이 떨어져 뒤따라간다. 자기 목숨에 대한 두려움, 선생에게 앞으로 전개될 암울한 상황에 가까이 다가가기도 멀리 갈 수도 없는 염려와 걱정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추운 날씨 대 제사장 저택 정원에 모닥불이 피워지고 하녀 곁에 앉는다. 하녀가 베드로를 노려보며 말한다 “이 사람도 예수와 함께 있었어요.” 당황한 베드로가 “여보시오, 나는 예수를 모르오.”
조금 후 또 다른 사람이 묻는다. “당신도 그들과 한패요.” 베드로는 더 강하게 “이 사람아, 나는 아니야.” 1시간이 지난 후 또 다른 사람이 “분명히 이 사람도 예수와 한패요, 이 사람도 갈릴리 출신이니까.” 베드로는 목청을 한 층 더 높인다. “나는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 못하오.” 베드로가 막 세 번째 예수를 부인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닭이 운다. 그 순간 예수께서는 뜰 위의 발코니에서 몸을 돌려 베드로를 바라보신다. 베드로는 불과 몇 시간 전, 예수께서 다락방에서 하신 “오늘 닭이 울기 전에, 네가 나를 세 번이나 모른다고 부인할 것이다.” 베드로는 자신 죄의 중함에 압도되어 밖으로 나가 큰 소리로 운다. 예수님과 한패(牌). 같은 당(黨), 갈릴리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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