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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이 주는 삶의 무게
운영자 2024-06-08 추천 0 댓글 0 조회 41

 

 

두려움이 주는 삶의 무게

이시준 장로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왔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40여 년 가까운 직장 생활도 그렇고 끊임없는 경쟁에서 살아남았다는 사실도 기적이다. 지금도 칠십 나이에 새벽에 일어나 어둠이 채 가시기 전 집을 나서고 늦은 저녁 시간에 집으로 돌아온다. 가끔 내려놓고 쉬고 싶다. 출근하지 않는 주말이 왜 그리 좋은지. 평소 불면이 밤이 괴롭게 하는데 주말에는 잠을 설쳐도 피곤하지 않다. 소설가 박완서 님이 남긴 글에 격하게 공감한다. "나이가 들어 마음 놓고 고무줄 바지를 입을 수 있는 것처럼, 나 편한 대로 헐렁하게 살 수 있어서 좋고,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 할 수 있어 좋다.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 하고 싶다고”.

 한국 바둑의 최강자인 신진서 9단의 인터뷰에 대국을 앞둔 선배들의 모습을 기억하는 대목이 있다. 세계 최고의 고수들이 승부를 겨루는 응씨배결승 전날 기사들은 잠을 잘 수 없다는 내용이다. 신의 경지에 이른 누구라도 대국을 앞두고는 편안한 잠을 자지 못하는 아픔과 고통이 있음을 의미한다. 1회 응씨배 결승 최종국 아침, 대국자들이 차례로 입장하는데 한국 대표 조훈현 9단은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 그 뒤로 중국 대표 녜웨이핑 9단이 걸어왔는데 보는 이들이 놀라움에 입을 닫지 못할 지경이었다 한다. 그의 얼굴이 핏기 하나 없는 납 인형처럼 잿빛으로 죽어있었다고 한다. 누가 더 잠을 못 잤는지 분명했다. 승리는 두려움, 긴장, 동요, 낙관과 비관 등 숱한 감정의 곡선을 줄 타듯 하며 얻어낸 결과라는 의미이다.

 201230회 런던올림픽 남자체조 도마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양학선 선수에게 공중에서 무슨 생각이 드냐고 기자가 묻는다. 양학선은 망설이지도 않고 무섭다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도마를 옆으로 짚고 도약해 3바퀴 반(1260)을 도는, 세계의 그 누구도 따라 하지 못하는 독보적 동작을 해내던 선수의 답변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도 공중에서의 2초가 너무 무섭다고 했다. 도마를 향해 달리는 걸 상상만 해도 식은땀에 젖는다고 했다. 평생 야구인으로 살아온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봉중근 선수도 은퇴하며 남긴 말이 날아오는 야구공이 무섭다고 했다.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고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내 배에 태우지 않겠다는 일등항해사 스타 벅의 말이 뇌리에 스친다. 세상살이에 노력 없이 땀 흘림없이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 정호승 시인은 < 내 등의 짐 >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나는 세상을 바로 살지 못했을 것입니다./ 내 등에 있는 짐 때문에 늘 조심하면서 바르고 성실하게 살아왔습니다./ (중략) 내 등에 있는 짐의 무게로 남의 고통을 느꼈고 이를 통해 사랑과 용서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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