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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雜草) 인생이 아닌 인생이 어디 있었나
운영자 2024-08-10 추천 0 댓글 0 조회 27

잡초(雜草) 인생이 아닌 인생이 어디 있었나

이시준 장로

 

 장마철이다. 무더운 날씨가 여러 날 계속되더니 드디어 연일 비가 쏟아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리던 비가 멈춤과 내림을 반복한다는 사실이다. 빗소리는 마음을 차분하게도 때론 침묵도 상념에 잠기기에 그저 좋다

 어릴 적 함석지붕에 땅땅거리며 요란하게 내리던 빗소리,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빗방울로 인해 흙탕물이 마루며 토방(土房), 입고 있던 옷 등에 튀어도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그 반가운 빗소리도 하루 이틀 사흘이 계속되면 짜증이 난다.

 전원생활에서 빗소리는 반갑다. 비가 내리면 우선 마음이 평안해진다. 가뭄에 목말라 하던 나무며 풀, , 텃밭의 채소들이 그렇게 좋아할 수 없다. 덩실덩실 춤을 춘다. 비 온 후에는 대지 위에 온갖 식물들은 생기를 되찾고 풍성해지며 고유의 색깔들이 더욱 빛을 발한다

 이 층 서재 작은 창문을 통해 지붕의 붉은 기와에 떨어지는 낙수에 상념에 잠긴다. 사방으로 퍼지는 빗 방물이 찬란하기까지 하다. 내리던 비가 멈춘다. 여러 시간 퍼붓던 빗줄기가 멈추니 할 일이 생긴다. 큰 손수건을 머리에 얹고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잔디밭으로 향한다.

 잔디밭 잡초 뽑는 일이다. 잔디밭에는 잔디와 아주 유사한, 아니 잔디로 위장한 잡초 바랭이를 뽑기 위해서다. 시골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잔디와 바랭이를 구분하기 어렵다. 잎도 색깔도 모양도 잔디와 흡사하다

 중국에서는 바랭이를 소의 힘줄처럼 질기다는 표현을 쓴다. 번식력이며 성장 속도도 엄청나다. 요즘 나는 이 바랭이와 친구가 되었다. 이른 아침이나 해 질 무렵 채양 넓은 모자를 쓰고 잔디밭에 앉아 도를 닦는다. 앉은뱅이 방석 의자에 앉아 잔디밭에서 보석을 찾듯 신중한 자세로 작업을 시작한다. 가까이 멀리. 좌에서 우로 등 군()에서 배운 경계원칙을 되살려 삐죽 솟은 바랭이를 찾아 한 손으로 잡고 호미나 핀셋으로 뽑는다.

 국어사전에는 잡초(雜草)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는 것. 농작물 따위의 다른 식물에 해()가 되며, 병균과 벌레의 서식처 또는 번식처가 되어 작물의 품질 저하의 주범으로 정의한다. 그런데 그놈을 색출하고 제거하는 시간, 인정받지 못하는 잡초에 대한 연민이 든다

 그들과 대화하면서 세상의 온갖 잡생각도 걱정, 근심도 사라진다. 두어 시간 잔디밭에서 바랭이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머리가 밝아진다. 누구나 살다 보면 미움도 받아보고 상처도 받고 버려지는 잡초 같은 인생이 아닌가. 언젠가는 유익한 작물로 인정받을 기회가 있음을 믿기에 참고 기다리는 것이 아닐까?. 바랭이 같은 잡초를 뽑아내며 어설프게 동병상련(同病相憐)의 공감대를 느끼는 내가 정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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