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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과 더불어, 함께 산다는 의미
운영자 2024-01-16 추천 0 댓글 0 조회 63

 

 

 

이웃과 더불어, 함께 산다는 의미

이시준 장로

 

 충북 단양역 국도변, 시루섬이 보이는 수양개유적로에 시루섬의 기적을 주제로 한 소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이 소공원에는 젊은 여인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갓난아기를 안고 있는 동상이다. 1972년 여름, 44가구 250여 명이 살던 시루섬에 태풍 베티로 인해 남한강이 범람하면서 섬이 물에 잠겼다. 당시 주민 198명은 높이 6m, 지름 5m 물탱크 위에 올라가 서로를 붙잡고 14시간을 버텼다. 이 과정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 압박을 견디지 못해 생후 100일 된 아기 1명이 숨졌지만 197명은 살아남았다.

 

 서재에 경북 봉화에서 농사짓는 전우익 선생의 책 한 권이 제목 때문에 눈길이 가곤 한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봉화 구천 마을의 농사꾼으로 자처하며 동화작가 권정생, 판화가 이철수, 섬진강 시인 김용택 등 편지 동무들과 주고받은 글모음이다. 편지에는 주로 자기의 농사짓는 이야기와 나무 키우는 재미에 빠진 이야기, · 나무 ·숲을 등진 도시인을 향한 안타까운 마음, 존경하는 인물 이야기,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 이야기 등이 실려 있다. 시인 신경림은 '깊은 산속의 약초' 같은 사람이라 칭한다. 그는 사람은 더불어 살아야 한다고 가르침을 준다.

 

 ‘나무 칼럼니스트 고규홍님이 소개한 글이다. 전남 장흥에는 곁에 있는 나무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나무 형태를 바꾸며 살아온 특별한 나무 이야기다. ‘장흥 삼산리 후박나무군()’이다. 후박나무는 원래 정자나무로 많이 쓰일 만큼 나뭇가지를 넓게 펼치며 크게 자란다. 후박나무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나무에는 나뭇가지를 펼칠 공간이 필요하다. 광합성을 하기 위해 햇빛을 제대로 받으려면 그늘을 드리우는 방해물을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흥 세 그루의 후박나무는 나뭇가지를 펼칠 공간이 없을 만큼 바짝 붙어서 태어났다. 자리를 옮겨갈 수 없는 나무는 처음에 햇빛 투쟁에 몰두했을 것이다. 그러나 세월 흐르며 나무는 공간 확보가 불가능함을 깨닫고 공간을 나눠 쓰는 쪽으로 협정을 맺은 모양이다. 가운데 나무는 나뭇가지를 위로만 뻗고, 양옆의 나무는 바깥쪽으로만 나뭇가지를 뻗었다. 본래의 생태를 내려놓고 새로운 형태로 자신의 모습을 바꾸었다.

 

 세 그루의 나무는 한 그루처럼 보이는 큰 나무들인데. 각각의 규모도 작지 않다. 가슴높이 줄기 둘레가 각각 3m, 2.8m, 2.7m. 세 그루가 모여 한 그루처럼 자라며 11m쯤으로 솟아올랐다. 세 그루가 모여 펼친 나뭇가지는 동서로 23m, 남북으로 20m나 되는 규모이다.

 
 살아남기 위한 나무의 안간힘은 타협과 상생이었다. 살아남는다는 건 다른 생명을 착취하고 짓밟고 홀로 우뚝 서야 경쟁에서 이긴다. 그러나 이들은 다른 생명과 마주침을 일찌감치 알아차리고 스스로 방향을 바꾸며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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