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의 우물

  • 생명양식 >
  • 야곱의 우물
나는 나를 기억하고 기록하고 있다.
운영자 2024-06-08 추천 0 댓글 0 조회 30

나는 나를 기억하고 기록하고 있다.

이시준 장로

 

 항공기건 전투기 등을 막론하고 운행 중 추락하면 제일 먼저 블랙박스(black box, 비행자료자동기록장치)를 찾는 것부터 한다. 블랙박스는 비행기의 이륙부터 착륙 시까지 조종사와 관제탑과의 교신 내용이며 운행에 대한 모든 것을 기록하는 장치이다. 블랙박스는 50×20×15크기로 무게가 11정도이다. 자기 무게의 3400배까지 충격을 견디며 수심 7,000m, 섭씨 1300도의 고열에도 견딘다. 발신기가 있어 회수 시 도움이 된다.

 

 항공 운항 안전에 중대한 발전을 가져오게 된 블랙박스는 호주 항공 과학자 데이비드 워렌(1925)의 발명품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항공 여행이 점차 대중화되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추락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이로 인해 비행기 안전에 대한 위협과 대중의 신뢰가 흔들렸다.

 

 워렌은 추락 전 마지막 순간에 비행기에서 발생한 일들을 기록할 수 있다면 유용할 것이라는 생각에 조종실 내의 음성과 계기 판독을 기록함과 동시에 충돌에 견딜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강철 철사에 음성을 4시간까지 기록할 수 있는 ‘ARL 비행 기억 장치라고 불리는 시제품을 제작했다. 조국인 호주에서는 워렌의 장치에 대해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지만, 1958년 영국은 워렌의 장치를 최초로 채택하였다.


 1960년 호주의 관광지 퀸즈랜드에서 또 한 번 원인불명의 충돌 사고가 발생한 후, 호주는 세계 최초로 모든 항공기에 블랙박스 비행기록장치의 장착을 의무화하였다. 오늘날 비행기에는 두 개의 블랙박스가 장착되어 있으며 둘 다 비행기 꼬리 부분에 위치한다. 두 개의 블랙박스는 각각 조종실 음성 기록기(CVR)와 비행자료 기록기(FDR)로 분류된다. 이 기록 장치들은 조종실과 무선통신 내용에서부터 비행속도, 고도, 엔진 온도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항을 기록한다. 또 한 큰 충격을 견뎌낼 수 있도록 티타늄과 같은 특수 금속으로 제작 사고 원인을 밝히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블랙박스(black box)는 검정이 아닌 짙은 주황색이다. 겉에는 플라이트 레코더. 두 낫 오픈(비행 기록기. 열지 말 것)”이라고 쓰여 있다. 블랙박스는 수시로 열었다 닫았다 하는 재생용 상자가 아니다. 일생에 딱 한 번 열며 그렇게 뚜껑이 열리면 박스의 생명이 끝난다.


 블랙박스는 비행기뿐만 아니라 자동차용 블랙박스도 있다. 나의 운전 습관, 과속, 속도위반, 차량 내의 대화 등 모든 것이 기록된다. 사고 발생 시 사고 기록도 모두 다 녹음된다. 사고현장에서 잘 잘못을 판단할 때도 큰 힘을 발휘한다. 취사선택하지 않고 사실을 사실대로 기록한다. 무서운 기계이다. 우리는 각자 가슴속에도 블랙박스를 하나씩 넣고 산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오르고 내리는 곡예비행을 했던 일들이 얼마나 많았던 인생이 아닌가.

 

 블랙박스는 내가 견뎌온 삶의 비행 기록들이다. 낮과 어둠의 기록이며 선과 악의 기록이다. 화장하지 않은 민낯의 기록이다. 내 삶의 블랙박스를 열어야만 할 때가 온다. 내 인생이 끝나는 날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고 공과(功過)를 측정하는 때가 올 것이다. 블랙박스를 여는 순간 세상의 온갖 어둠의 죄와 도덕적, 신앙적으로 흔들리며 살아온 항로 이탈한 생생한 기록을 확인하는 순간을 볼 것이다.

우리의 삶의 궤적들이 절차와 원칙을 제대로 지키며 주어진 궤도를 벗어나지 않고 살아왔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주님 앞에 섰을 때 나의 블랙박스가 공개되는 순간 내 표정은 과연 어떨까?. 두렵고 두렵다. 다 지우고 다시 시작할 수는 없을까?

 

자유게시판 목록
구분 제목 작성자 등록일 추천 조회
이전글 모든 것에서 사랑을 빼면 어떻게 될까? 운영자 2024.06.08 0 32
다음글 하나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운영자 2024.06.08 0 25

34902 대전 중구 오류로 76 (오류동) 대전 새하늘감리교회 TEL : 042-527-6110 지도보기

Copyright © 대전 새하늘감리교회. All Rights reserved. MADE BY ONMAM.COM

  • Today3
  • Total19,716
  • rss
  • 모바일웹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