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아버지!

이시준 장로

 며칠 전 서재를 정리하다가 사용하지 않고 있던 성경 속에서 반가운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오래 전 세상 떠나신 아버지와 큰 아버지가 큰댁 안 마당에서 적삼에 비취색 조끼를 똑 같이 입고 차렷 자세로 찍은 컬러 사진이다. 무슨 잔치나 경사 날 직전인 것 같다.

 미국 전문가 집단과 전 세계 미국사 전공자들이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부터 41대 조지 부시까지 200년간의 41명의 대통령에 대한 평가 보고서 “위대한 대통령 끔찍한 대통령”<월리엄 라이딩스2세, 스튜어트 매기버 공저, 김형곤 옮김, 2000년, 한국 언론자료 간행회>)를 조사 발표 한 적이 있다. 조사결과 그때나 지금도 여전히 부동의 1위는 미화 1달러의 주인공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다. 미국인들은 왜 그를 존경하고 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링컨은 신앙의 소유자인 동시에 자신의 아버지를 존경했기 때문이 아닐까?

 링컨의 아버지 토머스 링컨은 영국 이민 세대로 구두를 만드는 사람이었다. 링컨이 대통령에 선출되어 상원에서 취임식을 거행하게 되었다. 연설을 시작하려는 순간 거만하게 생긴 의원이 “당신이 대통령이 되다니 정말 놀랐소. 당신 아버지가 신발 제조공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오. 가끔 당신의 아버지가 우리 집에 신발을 만들기 위해 찾아온다오. 이 신발도 바로 당신의 아버지가 만들었소” 그러자 이곳저곳에서 킥킥거리는 웃음이 들렸다. 그러나 링컨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대신 눈엔 눈물이 가득 고였다. “의원님 고맙습니다. 덕분에 잠시 잊었던 내 아버지의 얼굴이 기억났습니다. 내 아버지는 신발 제조 공으로 완벽한 솜씨를 가진 분이셨습니다. 나는 아버지를 능가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아버님 덕분에 저도 약간의 구두 수선은 할 수 있습니다. 혹시 제 아버지가 만든 구두가 불편하시면 제가 손 봐드리지요. 물론 제 솜씨는 아버지에 비교 할 수 없습니다만 ....”

 성경에는 또 다른 아버지 이야기가 나온다. 노아의 벌거벗고 자는 모습을 본 함이 아버지의 권위나 인격을 무시하고 형제들에게 떠벌림으로써 아버지를 모독하는 모습이다. 다른 형제 셈과 야벳은 아버지의 허물을 덮고 명예와 인격이 더 이상 실추되지 않토록 하고 존경과 효로 서 예를 표했다.

나의 아버지는 추수 때 널어놓은 곡식이 비에 젖게 되어도 공부 할 때는 부르지 않았고 모내기하는 주일 날 교회를 향해도 혼내지 않으셨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상급학교에 보내 주셨다. 승진 할 때 마다 누구보다 기뻐하셨으며 한 계급 더 올라가는 것을 보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으나 20년 전 무더위가 막 시작 될 무렵 먼 길을 떠나셨다. 이번 설날에는 산소에 쑥 뿌리 몇 개라도 더 뽑아야겠다. 산같이 묵직했던 아버지, 고맙습니다. 그리고 보고 싶습니다. 아버지!!!

*십계명에도 “네 부모를 공경하라”고 하였습니다. 이것은 약속이 보장된 첫 계명입니다 (에베소서 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