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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찾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
운영자 2024-06-08 추천 0 댓글 0 조회 32

 

 

길은 찾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

이시준 장로

날마다 새 태양을 뜬다. 하루하루를 새롭게 설계하고 시작하고 싶다. 비틀거리며 헐떡이며 달려온 흔적의 시간을 잊고 싶다. 갈 곳을 헤맨 미로의 그림을 기억에서 지우고 싶다. 하얀 새 도화지에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싶다. 공직을 시작하는 젊은이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있었다. 몇 가지 주제 가운데 하나가 스스로 길을 찾고 길을 만들라는 이야기였다. 많이 회자하는 중국의 근대문학의 아버지 루쉰(魯迅)의 글도 소개했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이다”.

삼국지에 나오는 일화도 가슴에 담는다. 조조는 적벽대전에서 유비·손권 연합군에게 참패하고 80만 대군 가운데 살아남은 수백 명의 부하만 데리고 화용도란 곳으로 도망한다. 마침 장대비가 내려 수레바퀴와 말발굽은 진흙탕에 빠져 움직이지 못하고 군사들의 사기도 크게 떨어졌다. 조조는 머뭇거리는 부하들에게 일갈한다. "무릇 군대란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강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 법이다(軍旅 逢山開道 遇水架橋)". 조조의 비장한 명령에 놀란 병사들이 마른 흙과 대나무 가지로 길을 만들며 전진한다. 여기서 유래한 고사(故事)가 산을 만나면 길을 내듯이 어떤 역경도 극복한다는 뜻의 봉산개도(逢山開道).

광야를 헤매던 양치기 노장 모세는 불타는 시내 산에서 하나님을 음성을 듣고 새로운 길을 간다. 이스라엘 민족을 구출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자기 민족을 노예에서 구출하기 위해 파라오가 된 람세스를 찾아가 담판을 벌린다. 끝까지 히브리인들을 풀어주지 않겠다고 강하게 저항하던 람세스는 이집트의 모든 장자가 목숨을 잃는 과정에서 자신도 아들을 잃자 백기를 든다. 그는 모세에게 자국 백성을 다 데리고 나가라고 명 한다. 모세는 자기 민족을 인솔하여 약속 땅 가나안으로 대장정을 시작한다. 그러나 등 뒤에는 분노 가득한 이집트군대가, 앞에는 급류와 깊이를 예측할 수 없는 홍해가 가로막는다. 절체절명(絶體絶命),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순간에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통해 홍해를 반()으로 갈라 마른 땅을 만들어 길을 낸다. 강을 육지같이 건너는 전무후무한 액소더스((Exodus)가 연출된다.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의 종장은 이렇게 마무리한다.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나는 한숨 지으며 이야기하겠지요/ 두 갈래 길이 숲속으로 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사람이 덜 밟은 길을 택했고/ 그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라고, 결국 길이란 자신이 선택한 결과물이다. 넓고 곧은 길은 누구나 가기 쉽다. 다른 이가 만들어 놓은 길은 장애물이 치워져 있다. 그러나 처음 가는 길, 나무와 풀이 엉켜져 있어 불편하고 힘든 길이다. 그러나 굽어진 길에서 옳음을 찾고 목말라 했다. 가치 지킴을 위해 무난한 삶보다 치열하게 산 파란만장의 길이 아름답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선택한 길은 후회도 없고 당당한 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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