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러한 사람을 모른다! 이시준 장로 프랑스와의 100년 전쟁에서 영국의 대승을 이끌었던 ‘헨리 5세’, 셰익스피어가 쓴 소설 <헨리 5세> 주인공이다. 그가 왕이 되기 전에는 무척이나 방탕 생활을 했다 한다. 그때 어울린 인물이 ‘무스타프’ 라는 몰락한 기사였다. 훗날 헨리 5세가 왕이 되자 헨리 5세를 찾아왔지만 “나는 너를 모른다‘하고 안면 몰 수 한다. 2022년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시간, 오랜만에 서울에 다녀왔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빈 미술사박물관특별전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을 관람했다. 15세기부터 600년간 수집한 그림과 생활 소품들이다. 유럽의 여러 유명 명문가들에 대해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번 전시회를 통해 합수부르크 家를 알게 되었고. 특히 명화와 더불어 그의 마지막 장례식 영상이 뇌리에 오래 남는다. “오토 폰 합수부르크”, 그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마지막 황제 카를 1세의 장남이며, 합수 부르크로트링겐 가문의 마지막 황태자, 오스트리아의 정치가이다. 당시 장례식 영상을 보면 의미 있는 절차를 확인할 수 있다. 관이 빈에 있는 카푸친 교회에 들어갈 때 관례에 따라 2번 입장을 거절당한다. 처음 들어갈 때는 선두에 소개하는 자가 제국의 황태자로서의 공식 작위인 공작 · 대 후작 · 영주 등 수십 가지 감투를 지루하게 열거한다. '황태자'의 신분으로 교회 입장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2번째로 들어갈 때는 명예박사 · 학술원 회원 · 국제 범유럽연맹 회장 · 유럽회의 최고 의장 등 세상의 각종 학위 · 직위, 수여 받은 훈장 등 '공인'의 화려한 경력을 앞세워 입장을 시도한다. 문 안쪽의 수도사들이 또 거절한다. “우리는 그러한 사람을 모른다! (Wir kennen ihn nicht!)”. 다시 지팡이 끝으로 문 아래쪽을 3번 찍어서 신호를 보낸다. 끝내 백작의 작위도 화려한 세상의 이력도 다 내려놓고 오직 '오토' 라는 일개 죄인임을 밝히자 교회 입장을 허락을 받는다. “누가 들어오려고 하는가? (Wer begehrt Einlass?)”. "오토, 한낱 죄 많은 인간입니다(Otto – ein sterblicher, sündiger Mensch)”, "그렇다면 들어오라! (So komme er herein!)." 제국의 화려한 황족 직함, 세상의 명예로 인정받는 공인으로서는 "그런 사람 모르오."라고 거절당한 후, '자연인 오토'라고 알린 후에야 비로소 "들어오시오."라고 입장이 허용되어 영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무리 생전에 지위가 높고 권력이 강했다고 해도 죽음과 하나님 앞에서는 한낱 유한하고 죄 많은 인간일 뿐임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누가의 복음서에 예수님도 말씀하신다. “나는 너를 모른다.” “나 역시 네가 나를 부인한다면 너를 부인할 것이다”. 심판대에 선다.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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