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오로 내려가는 사람들
이시준 장로
1976년도에 발표한 최백호의 ‘내 마음은 갈 곳을 잃어’라는 노래가 있다. 첫 소절이 이렇게 시작된다. ‘거리엔 어둠이 내리고 안개 속에 가로등 하나’라는 가사는 당시 어머님을 잃고 부산 부둣가를 걸으며 느꼈던 심정을 표현했다고 한다.
대중 가사에 성경과 연결하는 발칙한 상상을 한다. 졸지에 스승을 잃은 제자들의 행적과 심정이 어떠했을까? 남루한 옷차림의 두 사나이가 굳은 표정과 여러 날 잠을 자지 못해 지친 모습, 세상 모든 것 다 잃어버린 참담한 얼굴로 땅을 보고 걷는다. 먼지가 풀풀 나는 자갈길을 터벅터벅 걸으며 과거에 인연이 있는 엠마오로 향한다.
얼마 후, 그들 사이에 낀 낯선 동행자, 그들의 하소연에 가까운 이야기를 듣는다. 스승 예수라는 사람과 함께 지내며 꿈꾸던 새로운 세상과 그에 대한 기대, 뒤따르던 사람들의 함성, 예루살렘에서 맞은 그의 비극적인 최후, 스승을 지키지 못하고 제자들의 자괴감, 흩어짐과 아픔, 결과적으로 이들에게 찾아온 절망, 어둠의 마음들이 뿌연 안개와 짙은 회한으로 몰려온다.
“당신은 예루살렘을 다녀오면서 최근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진정 모른단 말이오?.” 이야기를 듣던 나그네는 그들에게 “그리스도가 이 모든 고난을 받고 그의 영광에 들어가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라고 되묻는다. 그러나 그들은 절망과 낙담의 길에서 스승을 알아보지 못하고 땅만 응시하고 절망의 나락을 향해 걷고 있다.
스승은 이미 앞서 최후의 식사 자리에서 제자들이 나를 버릴 것이며, 목자를 치니 양 떼가 흩어짐이 구약에 이미 예언한 대로 따르던 자들이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찾을 것이라 알고 계셨다. 부활의 주를 먼저 만난 제자들이 예수의 체취를 느꼈고 뜨거운 재회를 이야기하나 믿지 못하고 심지어 상처 자국을 확인하는 이도 있다. 고대하던 선생이 나타나 “너희가 평안하냐?”고 묻자 그들의 눈에는 유령으로 보였다. 흩어진 제자들은 제정신이 아니다.
배신은 존재하지 않음을 맹세한 수제자 베드로도 고향 디베랴 호수로 도피한다. 다시 옛날의 고기 낚는 어부 생활로 돌아갔다. 과거로의 회귀였다. 좌우 권력을 탐하고 누가 더 높으냐 말씨름하던 그들은 흩어지고 주변과 단절한다. 양을 먹이는 대신 자신을 살길을 찾는 일이 우선이다.
악몽은 그저 잊고 싶은 시간일 뿐이다. 지도자가 사라지자 홀로서기는 자신이 없고, 남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곳에서 숨는 길이 최선의 길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가던 길을 멈춰야 했다. 엠마오를 뒤로하고 다시 예루살렘으로 유턴해야 한다. 그 길 만이 승리의 길, 생명의 길이다.
예루살렘으로 올라가 “그곳으로부터 시작하여 모든 민족에게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죄를 용서받는 회개가 전파되는 일에 너희가 증인이 되라” 명(命)하신다. 사도바울도 로마로 방향을 돌린다. 엘리아도 음식을 먹고 힘을 비축해 방향을 바꾼다. 죽음도 두렵지 않다. 길을 멈추고 뒤돌아(悔改, 回心) 가는 용기, 그게 회복(回復)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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