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양식 >
아름다운 사람 냄새나는 삶
운영자 2023-05-06 추천 0 댓글 0 조회 159

아름다운 사람 냄새나는 삶

이시준 장로

 

 아들 내외가 주일 예배 후 집에 왔다. 함께 저녁 식사 후 금요일 저녁 여행을 다녀 왔다며 도너츠 몇 개를 내놓는다. 영주에 다녀 왔다고 한다. 갑자기 20년이 지난 과거로 돌아갔다. 주말도 없이 일을 불같이 하던 때가 있었다. 쉼과 휴식도 없이 늦은 시간과 주말에도 출퇴근을 반복했다. 주말에 책상에 앉았다. 머리가 아프다. 그때 전화벨이 울린다. “과장님 차 한 잔 주세요”. 늘 같은 멘트이다. 봉지 커피 한 잔씩을 하고 나면 바람이나 쏘이자며 목적지도 밝히지 않고 고속도로를 질주한다

 

 이 후배는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한 적이 없고 더욱이 학연, 지연, 혈연 등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는 그저 인사 정도만 하는 스무 살 정도 차이가 나는 새내기 후배이다승용차 안에서도 재미있는 인생 이야기도 경험담도 없는 침묵이 반()인 분위기이다. 그저 밋밋한 안부와 묻는 말에 답하는 정도이다. 그런데도 편안하고 부담이 없었다

 

 혼자는 도저히 당시 운전 실력으로는 갈 수 없는 가평 남이섬에서 당시의 최고 드라마 겨울연가촬영지를 들러 보고 그들이 걷던 은행나무 산책길도 걸었다. 영주 부석사 계단에 올라 최순우 박사의 한국미() 산책인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의 자세도 잡아 보았다. 겨울에는 무주 적성산 눈 쌓인 설산도 누볐다. 어느 여름날에는 등산화도 아닌 일반 운동화를 신고, 흔한 물병 하나도 없이 계룡산에 올랐다

 

 중간에 부슬부슬 이슬비가 내리더니 남매탑에 이르니 폭우가 쏟아진다. 두 사람은 겉옷으로 머리만 가리고 영화 주인공처럼 박장대소(拍掌大笑)한다. 서로가 미쳤다고 큰 소리로 웃으며 스트레스를 확 날린 일도 있다.

 

 그렇게 고마운 일을 잊고 지냈다. 갑자기 미안하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출근하자마자  문자를 보냈다. 무조건 해를 넘기지 말고 얼굴을 보자고 했다. 바로 답장이 왔다. 날짜를 잡았다. 얼마나 변했을까?. 나이도 많이 들어 보이겠지, 여러 가지 생각이 겹친다. 어려울 때 나를 위로해 준 사람인데 참으로 오랫동안 잊고 지냈구나. 미안한 생각이 든다

 

 만나면 꼭 미안하였다고 그리고 고마움은 늘 가슴에 담고 살았다고 말해주리, 살면서 사람들로부터 은혜를 입고 사랑을 받고 신세를 졌는데, 사람 노릇 못하고 살았다. 이제 내가 밥 한 끼 제대로 대접하리살아가면서 사람 사이 필요한 일은 먼저 등 돌리지 않는 관계유지이다

 

 조건 없는 배려와 은혜받은 자의 잊지 않음이다. 고마움에 대한 잊지 않음, 그것은 상대에 대한 공경심이 아닐까?. 누구나 은혜 입은 자는 같은 처지에 처한 누구에게라도 같은 방법으로 뒤 갚아야 할 아름다운 채무이다. “구이경지(久而敬之)"라 했던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공경심을 유지하며 사람 냄새나는 삶이 가장 아름다운 관계일 것이다.

 

자유게시판 목록
구분 제목 작성자 등록일 추천 조회
이전글 열린 마음이 준, 더불어 사는 인생 운영자 2023.05.20 0 171
다음글 둥근 탁자의 문화 충격과 다짐 운영자 2023.05.06 0 164

34902 대전 중구 오류로 76 (오류동) 대전 새하늘감리교회 TEL : 042-527-6110 지도보기

Copyright © 대전 새하늘감리교회. All Rights reserved. MADE BY ONMAM.COM

  • Today11
  • Total27,859
  • rss
  • 모바일웹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