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양식 >
오지랖과 돼지 뼈 감자탕
운영자 2023-09-06 추천 0 댓글 0 조회 112

 

 

오지랖과 돼지 뼈 감자탕

이시준 장로

 

 어떤 일에 지나친 관여나 관심, 조직이나 모임에서 광폭 행동을 하는 사람을 일컬어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라 한다. 사전적 의미는 웃옷이나 윗도리에 입는 겉옷의 앞자락을 의미한다. 옷의 앞자락이 넓으면 몸이나 다른 옷을 넓게 겹으로 감싸게 되는데, ‘간섭할 필요도 없는 일에 주제넘게 간섭하는 사람을 비꼬는 말이다.

 

 개성이 뚜렷한 두 분이 있다. 차를 마시며 김장철이 되었는데 배추를 어디서 살 것 인가를 놓고 대화가 오갔다. 아랫집에 사시는 분이 이웃분에게 우리 조카네 배추가 잘 되었으니 우리 집 김장배추 실어 올 때 함께 갖고 오겠다고 제안한다. 김장 걱정을 고민하던 분은 고맙다 인사하고 헤어졌다

 

 며칠 지나서 깨끗하게 잘 다듬은 배추 15포기와 잘생긴 무 몇 개까지 덤으로 대문 앞까지 운반 해주는 친절을 베푼다. 배추를 집 앞에서 받은 분은 감사 인사와 함께 배추 대금을 건네며 진정으로 고마움을 표했다. 서로의 덕담과 수고에 대한 진정성 있는 감사가 오갔다. 여기까지는 참으로 화기애애했다. 이때 배추를 건넨 분은 본인의 수고와 고생담을 중심으로 공치사(功致辭)를 한번을 가볍게 추가했다.

 

 배추를 밭에서 직접 뽑아 뿌리를 자르고 농 잎까지 정리하다 보니 손가락에 물집이 생기고 허리도 아팠다. 너무 힘들었다. 앞으로 자기가 직접 사다가 김장하라고 약간 훈계조로 힘들었던 과정을 여과 없이 표출한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윗집 사모님, 갑자기 음성이 높아지고 밝던 얼굴이 붉게 바뀐다. ‘내 원 참, 아니 내가 배추를 사 달라고 했느냐?. 다듬어 달라고 부탁했느냐, 공짜로 받았느냐?. 자기가 스스로 해준다고 하고서 왜 기분 나쁘게 말을 하느냐?’. 옆에서 듣던 우리도 두 사람 말이 모두 맞기도 하고 틀린 말도 아니다. 이웃 간에 좋은 일 했는데 끝이 이상하게 되었다

 

 순간 정적이 감돌고 침묵의 시간이 흐른다. 서로가 원하지 않았던 일이 발생했다. 두 분 모두가 서로 똥 밟은 얼굴로 각자의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들어갔다.

 

 그날 저녁 아랫집 부인의 카톡에는 분을 참지 못하는 글귀로 가득했다. ‘앞으로 사소한 일에 연연하지 말자/ 쓸데없이 베풀지 말자/ 오지랖을 떨지 말고 잘난체하지 말자/ 세상은 내 마음 같지 않아’, 그다음 날에도 잠도 설쳤다며 세상에 이런 일도 있느냐며 분노는 여전하다.

 

 며칠간의 냉전 끝에 아랫집에서 구수한 음식 냄새가 진동한다. 마당 끝에 설치한 가마솥에 돼지 뼈를 가득 넣은 감자탕이 끊고 있다. 음식을 만들면서 윗집과 나눠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다. 크고 넓은 냄비에 가득 담아서 문을 두드리고 양쪽 부부는 뼈에 붙은 살코기를 발라 먹으며 화해의 성찬을 오랜 시간 즐겼다고 한다. 물론 우리 집까지 감자탕은 신속하게 배달되었음은 물론이다.

 

 

 

 

자유게시판 목록
구분 제목 작성자 등록일 추천 조회
이전글 이제는 '풍선 장례식'의 시대 운영자 2023.09.21 0 143
다음글 부부의 위기, 가정해체의 위기 운영자 2023.09.06 0 156

34902 대전 중구 오류로 76 (오류동) 대전 새하늘감리교회 TEL : 042-527-6110 지도보기

Copyright © 대전 새하늘감리교회. All Rights reserved. MADE BY ONMAM.COM

  • Today1
  • Total27,786
  • rss
  • 모바일웹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