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雜草), 그래 짓밟히고 뽑혀도 이시준 장로
밤새 내리던 비가 그쳤다. 현관문을 나선다. 오늘 따라 잔디의 초록 색깔이 유난히 짙다. 장마 덕분인가 보다. 난간에서 내려다본 잔디 마당이 유명 골프장으로 변했다. 계단을 내려가 잔디 상태를 살핀다. “아니 웬 잡초가 그리 많아”. 잔디와 비슷한 바랭이 풀이 제철을 만났다.
바랭이 잎이 무얼 그리 잘 먹었는지 두텁기도 하다. 잔디 같으면서 잔디가 아닌 것이 잔디를 제치고 주인 행세를 한다. 보는 대로 뽑고 또 뽑아도 도저히 이길 수 없다. 몇 차례 열심히 뽑다가 지쳐 기계로 깎아 버리곤 하는데 빠른 성장과 퍼짐은 막을 방법이 없다. 가꾸지도 관심도 돌보아 주는 이도 없는데 어찌 그리 번식이 빠른지 모르겠다.
전원에서 집 짓고 살면서 꿈꾸고 하고픈 일 중 하나가 상추, 고추, 가지 등을 심을 수 있는 적당한 크기의 텃밭, 가을 맛을 느낄 수 있는 감과 대추나무 등 몇 그루의 유실수 그리고 푸른 잔디 마당을 갖는 일이 아닐까?
그러나 겉으로 아름답고 우아하게 보이는 자연생활은 의외로 손이 많이 간다. 집 관리, 나무 전정, 화단 가꾸기,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이 잡초와의 전쟁이다. 잡초 중 바랭이 풀은 폭풍 성장뿐만 아니라 뿌리가 자리를 잡으면 개체 수를 넓혀 잔디밭을 점령한다. 보호색을 띠고 있어 일정 크기까지는 잔디와 구분하기도 어렵다. 물론 농약을 동원하면 어느 정도는 잡을 수 있겠으나 자연 속에 들어와 살기로 했는데 약까지 치면서 산다는 것이 양심상 허락지 않아 아직은 참고 있다.
잔디밭에 발을 딛는 순간, 습관적으로 눈에 보이는 잡초를 맨손으로 뽑기 시작한다. 한 포기, 두 포기로 시작하다 보면 작업을 멈출 수 없다. 급기야 손가락이 아프다. 방아쇠 수지중후군(Trigger finger) 까지 걸린다.
위키백과에 잡초 (雜草, weed)을 이렇게 풀이했다. 잡초 혹은 잡풀은 인간이 농경 생활을 시작하면서 발생했고. 인간에 의해 재배되지 않고 저절로 나서 자란 것이다. 또 한 잡다한 풀로서 때와 장소에 적절하지 않은식물이다. “저절로” “적합하지 않다”. 는 해석이 아주 슬프게 들린다. 세상에 태어났는데 때와 장소에서 적절하지 않다니 참 나쁘게 정의했다.
미국의 시인 ‘랠프 월도 에머슨’은 잡초는 “그 가치가 아직 발견되지 않는 식물들”이라고 품격 있게 표현했다. 나무나 풀을 연구하는 전문가들도 "잡초는 농작물(crop)과 비교했을 때 그 가치가 조금 모자란 식물"이라고 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잡초는 인간에 의해 구분된 식물집단이며, 과거에 잡초였다가 나중에 숨은 가치를 인정받아 농작물로 인정받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즐겨 먹는 비듬, 질경이, 민들레, 고사리, 개망초 등도 잡초였을 것이다. 잡초 뿌리를 힘껏 당기며 나도 아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철들지 못한 그러나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강한 잡초가 아닐까?. 그래 나도 짓밟히고 뽑혀도 다시 살아나는 잡초 인생이 되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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