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70%만 채우고 살면 어떨까?
이시준 장로
후배한테 자정 가까운 시간에 전화가 왔다. 둘째 딸이 대기업 회계사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다 한다. 백이 없어, 부모 잘못 만나서, 서울대를 나오지 않아서, 온갖 이유를 대며 통곡한다. 침묵시간이 지난 뒤 이렇게 답했다. 당신은 올해 승진해서 과장이 되었고, 큰딸은 어렵다는 대기업에 취업, 둘째는 고시와 버금가는 회계사 시험에 당당히 합격했다.
두 딸 모두 서울대는 아니어도 인(in) 서울 대학을 졸업했다. 회계사로 첫 취업에 실패했다고 온 세상에서 버림받은 사람처럼 난리 칠 일은 아닌 데. 당신은 행복해야 하고, 감사해야 할 조건들이 차고 넘치는데 무슨 불평, 불만이 그리 많은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세상은 한사람에게 전부를 주시지 않는다.
계영배(戒盈杯)라는 술잔이 있다. '넘침을 경계하는 잔'이라는 뜻이다. 잔의 70% 이상 술을 채우면 모두 밑으로 흘러내려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경계하는 절주배(節酒杯)라는 술잔이다. 최인호 작가의 ‘상도(商道)’라는 소설에 나온다. 역관을 꿈꿨으나 억울한 사건에 휘말려 그 뜻을 접고 만상의 말단 사환으로 들어가 대방(大房. 대기업 총수)까지 올라 조선 최고 부자로 성장하는 임상옥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계영기원 여이동사(戒盈祈願 與爾同死), “가득 채워 마시지 말기를 바라며, 너와 함께 죽기를 원한다”. 거상 임상옥이 지니고 있었다는 계영배(戒盈杯)에 새겨진 문구이다.
“시끄러운 원숭이 잠재우기” 저자인 ‘아잔 브라흐마’는 영국의 어느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했다. 힘든 시절을 보내면서 행복하게 살려면 어떤 지혜가 필요한지를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 수학시험 문제의 출제 수준을 선배 교사와 상의했다. 선배 교사는 평균점수가 30~40점이 되면 학생들이 기가 죽으니 너무 어렵게 출제하지 말고, 문제가 쉬워 평균점수가 90~100점이 되면 시험의 의미가 없어진다. 그래서 평균 70점 정도를 목표로 출제하라고 조언해 주었다.
그래야 학생들이 자신감을 가질 것이고, 자신들이 틀린 30점 부분을 위해 교사역할도 있다. 시험에서 얻은 70점은 자신감을 위해, 나머지 30은 배우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이다.인생도 이와 같지 않을까?. 인생의 점수가 너무 낮으면 좌절하고, 점수가 높으면 교만해진다. 기대치를 낮추는 삶, 100% 만족한 삶을 사는 사람은 없다. 항상 30%는 비워두는 자세가 인생을 슬기롭게 살아가는 지혜가 아닐까?. 매사 가득 채우려 하면 늘 불안한 삶을 살게 된다.
삶의 곳간에 여백과 공간을 남겨두자. 누구나 주어진 삶의 무게와 크기, 그릇이 다르다. 분수에 맞지 않은 욕심으로 가득 채울 필요는 없지 않을까?. 자동차 타이어도 풍선도 공기를 가득 채우지 않는다. 바람을 계속 불어 넣기만 하면 임계점에 이르러 터지고 만다. 과유불급(過猶不及), 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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