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과 어느 음악가의 자존심 이시준 장로
50대에 중국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를 여행한 적이 있다. 그곳에는 그 유명한 ‘타클라마칸’ 사막이 있다. 사막 이름은 위구르어로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를 뜻한다. 고대에 지중해와 동방을 잇는 실크로드를 따라 낙타로 여행을 한 대상들도 이 사막만은 피해 갔다 한다. 남쪽으로는 쿤룬산맥(곤륜산 또는 곤륜산맥), 남서쪽으로는 파미르고원, 서쪽과 북쪽으로는 톈산산맥(천산 또는 천산산맥)에 의해 경계가 정해진다. 타클라마칸 사막은 극지방을 제외한 사막 중에서 15번째의 크기이다. 이 광활한 사막을 버스로 여행했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8~10시간을 타고 이동한 것 같다. 운전기사는 반드시 2명 이상이어야 하는 데 우리 팀은 부자가 운전하는데 아버지는 옆에서 졸거나 잠만 자고 아들만 연속 운전하는 것을 보고 심각한 안전에 위협을 느낀 적이 있다. 서론이 긴 것은 이곳 사막은 휴게소도 화장실도 없다. 버스가 멈추면 여자들은 양산을 하나씩 들고 버스 중심으로 앞으로, 남성들은 뒤쪽으로 가서 생리적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 양산은 여행 출발 시 필수품이다. 1960년대 초반의 미국 사회를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 ‘그린 북’이 있다. 그린 북(Green Book)은 흑백 분리 차별이 있던 당시 남부에서 흑인이 이용 가능한 호텔 등을 정리한 안내 책자다. 이 영화의 요지는 이렇다. 뉴욕에 사는 이탈리아계 백인(토니)과 흑인 피아니스트(돈 셜리)가 남부지역 공연을 떠나 벌어지는 이야기다. 여기서 백인은 피아니스트의 운전기사 겸 보디가드로 등장한다. 여행 중 흑인 피아니스트가 백인의 커다란 저택에서 공연한다. 주인과 백인 관객들은 악수하며 예의를 갖춘다. 피아노 연주가 시작되고 멋진 공연에 참석자들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공연 휴식시간에 흑인 피아니스트가 화장실을 이용을 요구하자 저택 주인은 건물 밖 후미진 곳에 있는 간이 화장실을 이용하라 한다. 흑인은 “나는 저곳은 이용하기 싫습니다.” 주인도 물러서지 않는다. “보기보다 괜찮아요. 불평하는 사람 없던데요.” 흑인 연주가의 공연은 즐기면서도 그와 화장실은 같이 못 쓰겠다는 차별적 발언에 피아니스트는 결국 왕복 30분, 차를 타고 숙소 화장실을 다녀온다. 백인 운전자 겸 보디가드는 “차를 세워줄 테니 숲에다 일을 보라”는 말을 하지만 흑인은 끝내 거절한다. 화장실 사용은 흑인의 자존심이요 인격이다. 흑인 음악가의 공연은 즐기면서 그와 같은 화장실 사용을 거부하는 백인들의 횡포, 소변 하나 해결하는 일이 무슨 대단한 철학이고 신념이냐고, 숲이나 노상 방뇨건 장소, 체면 불문하고 바지춤 내리면 된다고 태연하게 지껄이는 강자의 모습에 우리는 절망한다. 사람에 대한 진정한 예우, 사람은 누구나 평등해야 하고, 차별받는 세상을 거부한 선각자들, 자신을 스스로 존귀하게 여긴 약자들의 행동과 외침이 역사를 진일보하게 했음에 감사할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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